[중고] 아이락스 키보드

2000년대 초반, 대만 타이베이 근처의 한 작은 기술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처음엔 다른 기업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신 만들어주는 OEM 제조사로 시작했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우리 이름으로 직접 만든 키보드”를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합니다.
그게 바로 아이락스(i-Rocks) 브랜드의 시작이에요.

아이락스는 첫 출시부터 슬림하고 조용한 팬타그래프 키보드로 눈길을 끌었어요.
두께는 얇고, 키감은 부드러웠으며, 노트북처럼 가볍게 타이핑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었죠.
2004년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되어 ‘팬타그래프 키보드’라는 개념을 널리 알렸고,
2008년엔 키보드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브랜드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키감이 좋고, 조용하며,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용자가 “멤브레인보다 반응이 명확하다”, “손목이 덜 피로하다”는 후기를 남겼고,
실제 내구성도 좋아서 몇 년을 써도 키감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아요.

요즘엔 단순한 슬림형뿐 아니라,
기계식·무선·게이밍 키보드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전문 사용자부터 일반 사무용까지 폭넓게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아이락스는 늘 “조용하지만 정확한 타건감”이라는 원칙을 지켜왔어요.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락스가 여전히 직접 설계·생산·품질 관리를 모두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전문가와 일반 사용자 모두를 위한 정교한 입력 장치 제공”을 강조하고 있죠.
즉, 단순한 보급형 브랜드가 아니라,
‘좋은 키보드를 진심으로 만드는 회사’라는 걸 제품이 보여줍니다.

아이락스라는 브랜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조용한 키보드 없을까?” 하고 검색하다가 KR-6170 모델을 우연히 보게 된 게 시작이었죠.
후기를 찾아보니 소음이 적고, 키감이 부드럽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조용하면서도 또렷한 반응”을 원하던 제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락스라는 브랜드를 조금씩 신뢰하게 되었어요.
회사나 집에서 밤늦게 문서 작업을 하는 날이 많다 보니, 키 소리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처음 써본 순간, ‘아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느낌이구나’ 싶었습니다.

펜타그래프 방식이라 눌림이 부드럽고, 손끝에서 딱 하고 멈추는 감각이 정말 깔끔했어요.
기계식처럼 시끄럽지도 않고, 일반 키보드(고무막이 눌리는 멤브레인 방식)보다 손끝의 반응이 확실해서
타이핑 속도도 붙었습니다.
밤에 작업할 때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서 가족 눈치 안 봐도 되는 점이 정말 좋았죠.

무엇보다 이 모델의 장점은 낮은 키높이예요.
손목 각도가 자연스러워 장시간 작업해도 부담이 적고, 팜레스트 없이도 편했습니다.
풀배열이라 숫자 입력할 때도 속도가 확실히 달랐고,
타건할 때 키보드가 밀리지 않을 정도의 묵직한 안정감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용 중 특별한 문제는 한 번도 없었고, 스페이스바나 엔터키의 소음도 여전히 정숙합니다.
생활기스 정도만 있는 깨끗한 상태고, 키캡 각인도 거의 닳지 않았어요.
타건감이 워낙 좋아서, 다른 키보드로 바꾸기가 망설여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지금 사용 중인 KR-6170이 자연스럽게 남게 되었어요.
성능엔 전혀 불만이 없지만, 같은 용도의 키보드가 두 개라 정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중고로 내놓습니다.
조용한 키보드를 찾는 분이라면 아마 이 키감이 꽤 마음에 드실 거예요.
집이든 사무실이든, 집중이 필요한 공간에서 쓰기엔 여전히 최고의 선택입니다.